![]() 한편으론, 날 위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가까이 가면 너의 바다가 모두 말라 버릴지 모르므로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뱅뱅 도는 위성이라고. 너에게는 칭찬만 해주고 싶었어 내가 칭찬할 꺼리들을 무진장 갖고 있었던 너 네가 처음 날 경멸했을때도 나는 너를 칭찬해주고 싶었고 내가 비열한 방법으로 다른 남자애들을 섭취할 때 이상하게도 너는 갖고 싶지 않았어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랬어 내가 행여 네 바다를 모두 마르게 할까봐 그날 밤 메신저를 종료하고 내가 엎드려 엉엉 운 날 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로써 너에게 더욱 다가갈 수 없게 되었으니 너의 바다는 유효하다고 안전하다고, 나로부터 너에 대해 생각하면 바보처럼 나는 먹먹해져 나는 두 손을 내려놓게 돼 아무것도 할수없게 돼 그런면에서 너는 나에게 꼭 필요한 행성이야 내가 나이기를 잠시 잊게 하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 너가 반짝거렸던 날들을 되새기게 돼 너를 바라보면서 멍청해졌던 나까지 너가 나를 바라봐줬으면 내 옆에 가까이 와 줬으면 눈으로 나를 쫓았으면 그런 날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때의 나는 어디에 숨었을까 ![]() 우리들은 짐짓 젠체하며 멀쩡한 의식으로 이 시간을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
확실히 인간은 이 시간대를 조심해야 한다 사기꾼과 협잡꾼들이 이 시간대를 지배한다 이 시간에 쓰여진 글들은 진심이 아니고 널뛰는 호르몬의 배설이라니까 언제나 이 시간에 센티멘털한 BGM의 선곡과 함께 서로의 뒷모습에 대고 침 뱉으며 헤어진 옛 연인과 머리채 잡느니보다 못한 다툼으로 헤어진 친구와 아니면 그때 꼭 작업을 걸었어야 했던, 만만하게 스쳐간 이성이 찾아온다 그리고 내가 지키지 못함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남발했던 약속들이 부도수표처럼 내 새벽을 압수해가고 잠결에 허공에 대고 하이킥을 날릴만큼 후회되는 옛 실수들 아득한 낭떠러지 끝에 있을 것만 같은 암담한 미래 뒷목 뻣뻣하게 만드는, 배배 꼬인 인간관계들이 어이 여보게, 잘 있었는가 이제는 우리들의 쇼 타임 하고 인사를 건네며 차례차례 문지방을 넘는다 제임스 조이스가 신의 펜촉을 빌려 방대히 써내려간 인간의 의식의 흐름은 결국 이 시간에 종말론을 입증하며 파멸로 치닫고 나는 나 스스로가 이 세상의 뒷골목에 굴러다니는 개 똥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자책하면서 깜깜한 어둠 속, 하얗게 빛나는 모니터 앞에서 바닥을 쳤다가 하늘로 솟았다가 내일 아침에 보면 지울까 말까 고민하는 글들을 뻔뻔하게 남들 다 보는 광장 앞에 내 놓고 이러고 나면 내가 조금 특별한 사람인 양, 그래도 남보다 조금 깨어있는 사람인 양 우쭐 하기도 하고 ... 하여간 이 시간대에 깨어 있으면, 안된다 손가락 사이로 줄줄 새 버리는 나의 맹점들 내일부터는, 부디 헛된 망상에 혼자 볼 발그레하지 말고 날 이미 잊은 사람들 생각하며 괜히 남 탓 하지 말고 굿나잇, 하는 인사를 조금 더 일찍 해서 꿈나라로 날아가버리길 이 시간에, 우리들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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